대부분의 사람들은 눈곱(ocular discharge)을 단순한 분비물로 치부하지만, 안과 진료 현장에서 눈곱은 종종 질병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임상 지표가 되기도 해요. 눈곱의 색, 점도, 냄새, 동반 증상은 결막염, 안검염, 누낭염 등 다양한 안과 질환의 감별 진단에 핵심적인 정보를 제공하기도하고 더 나아가, 전신 질환의 징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니 확인하는 것이 안심이 됩니다.
1. 맑거나 투명한 눈곱 – 정상 또는 알레르기성 결막염의 신호
맑고 투명한 눈곱은 대부분 **정상적인 눈물 성분(수성 + 점액)**이 마르며 생긴 것입니다. 특히 수면 중에는 안검 움직임이 제한되면서 분비물이 고이기 쉽습니다.
하지만 눈곱이 유독 많고, 눈의 가려움증이나 눈물흘림, 비염 증상을 동반한다면 알레르기성 결막염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알레르기 항원이 자극하여 히스타민 반응이 일어나며 결막에서 과도한 점액을 분비하게 됩니다.
임상 팁: 계절성 알레르기(예: 봄철 꽃가루) vs. 만성 알레르기(예: 집먼지 진드기) 구분이 중요하며, 원인 항원에 따라 회피 요법과 약물 치료 방향이 달라집니다.
2. 노란색 눈곱 – 세균성 결막염 또는 누낭염 가능성
점도가 높고 끈적이는 황색 눈곱은 대부분 세균성 감염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원인은 세균성 결막염, 특히 Staphylococcus aureus, Streptococcus pneumoniae, Haemophilus influenzae 등이 원인균으로 자주 검출됩니다.
감염성 결막염은 대개 충혈, 눈꺼풀 부종, 이물감, 눈뜨기 어려움 등을 동반하며, 양쪽 눈을 순차적으로 침범할 수 있습니다.
또한 내측 안각(눈물구멍 부위)에 통증이 있으며, 눈곱이 고름처럼 흘러나온다면 급성 누낭염을 의심해야 합니다. 이 경우 항생제 치료와 함께 절개 배농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3. 초록색 또는 녹빛 눈곱 – 녹농균 감염의 가능성
눈곱이 초록빛을 띤다면, 이는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 같은 강력한 그람음성균에 의한 감염일 수 있습니다. 특히 콘택트렌즈 사용자에게 흔하며, 각막염(Keratitis)으로 진행 시 실명에 이를 수 있습니다.
임상 경고: 녹농균은 안구 조직을 빠르게 괴사시키는 독성이 있어, 의심 시 바로 광범위 항생제 안약 투여 및 세균배양검사를 시행해야 합니다.
4. 흰색에서 회백색 눈곱 – 바이러스성 결막염의 특징
흰색 또는 회백색 눈곱은 대개 바이러스성 결막염에서 나타납니다. 아데노바이러스(adenovirus)에 의한 감염이 가장 흔하며, 이 경우 수양성 눈물, 결막 충혈, 눈꺼풀 부종과 함께 전염성이 매우 강합니다.
특히 급성 여포성 결막염(acute follicular conjunctivitis)이나 유행성 각결막염(EKC)은 2차 세균 감염의 가능성도 존재하므로 항생제 점안병용이 권장되기도 합니다.
임상 팁: 림프절 촉진 시 전이개 림프절의 압통이 동반되면 바이러스성 결막염의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5. 피가 섞인 눈곱 – 출혈성 결막염 또는 외상
눈곱에 붉은 피가 섞여 있다면 다음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 출혈성 결막염(Hemorrhagic conjunctivitis) – 엔테로바이러스 70형, 콕사키바이러스 A24형 등에 의해 발생하며, 결막 출혈이 현저하고 강한 자극감을 유발합니다.
- 외상성 결막 손상 – 렌즈 착용 중 상처나, 이물질에 의한 각막 찰과상에서 미세 출혈이 발생하며 붉은 눈곱이 나타납니다.
6. 거품 같은 눈곱 – 마이봄샘 기능 장애 및 안검염
기포성 또는 거품처럼 생긴 눈곱은 **마이봄샘 기능 저하(MGD)**의 특징입니다. 이 질환은 지방층 분비 장애로 인해 눈물의 증발이 빨라지는 안구건조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동반 소견으로는 눈꺼풀 가장자리의 충혈, 피지선 막힘, 지루성 피부염 등이 있습니다. 온찜질, 눈꺼풀 세정, 리피펄(LipiFlow) 등 마이봄샘 열치료가 도움이 됩니다.
눈곱은 몸의 면역 반응을 보여주는 '안과적 생체지표'
눈곱은 단순한 분비물이 아닌, 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생리·병리적 과정을 반영하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특히 색깔 변화는 감염의 원인균, 염증의 정도, 전신 면역 상태까지도 가늠할 수 있게 해줍니다.
평소와 다른 눈곱의 변화가 지속된다면, 자가치료보다는 정확한 안과 진료를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적절한 처치를 받는 것이
눈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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